바로크 건축은 16세기 말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어 17세기~18세기 유럽 전역으로 확산된 양식으로, 르네상스의 비례와 균형을 출발점으로 삼되 그것을 역동적이고 극적인 표현으로 확장했습니다. 종교적·정치적 목적과 결합하여 감정적 몰입을 유도하는 공간을 만들었으며, 건축가들은 단순한 설계자를 넘어 연출가, 조각가, 무대 디자이너의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이 글은 바로크 건축의 흐름을 주도한 세 거장—카를로 마데르노, 잔 로렌초 베르니니, 프란체스코 보로미니—을 중심으로 그들의 주요 작품, 설계 철학, 그리고 건축사적 의미를 심층 분석합니다.
카를로 마데르노: 바로크 건축의 서막을 연 인물
카를로 마데르노(1556~1629)는 바로크 건축의 문을 연 인물로 평가받으며, 르네상스의 고전적 비례와 대칭 속에 보다 역동적이고 극적인 요소를 가미한 최초의 건축가 중 한 명입니다. 그는 특히 성 베드로 대성당의 전면 파사드 설계로 유명합니다. 기존의 르네상스 설계안은 상대적으로 수평적인 안정감을 강조했지만, 마데르노는 이를 과감하게 변형해 수직성을 강화하고, 중앙부에 돌출된 전면부를 두어 시선을 집중시키는 입체감을 만들었습니다. 코린트식 기둥이 반복적으로 배치된 그의 입면은, 단순한 장식 이상의 건축적 리듬을 제공하며, 전면부 전체가 살아 있는 듯한 활력을 발산합니다.
그의 또 다른 대표작 산타 수산나 교회 역시 르네상스의 기하학적 엄격함에서 벗어나, 층별로 변화를 주고 조각적 장식을 활용해 깊이감 있는 파사드를 창출했습니다. 전면부 중앙의 기둥과 조각은 관람객의 시선을 위로 끌어올리며, 내부로 들어갔을 때 느껴지는 빛의 변화는 공간 경험을 더욱 극적으로 만듭니다. 이러한 기법은 후대의 바로크 건축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으며, 특히 베르니니와 보로미니가 더 대담한 공간 연출을 시도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마데르노의 건축 철학은 단순한 미적 아름다움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그는 건물을 통해 감정과 신앙을 전달하려 했고, 이를 위해 구조와 장식을 하나의 서사로 엮었습니다. 트리엔트 공의회 이후 가톨릭교회가 신앙 회복을 위해 건축을 선전 도구로 활용하던 시대적 흐름 속에서, 마데르노는 ‘보이는 감동’을 설계에 녹여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 결과, 그는 르네상스의 엄격한 질서와 바로크의 감각적 자유 사이를 잇는 다리로서, 건축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잔 로렌초 베르니니: 바로크 건축의 완성자
잔 로렌초 베르니니(1598~1680)는 바로크 건축을 완성하고 전성기로 이끈 대표적인 예술가입니다. 그는 건축가이자 조각가, 무대 디자이너였으며, 건축을 단순한 공간 설계가 아닌 ‘종합 예술’로 바라보았습니다. 그의 유명한 업적 중 하나는 성 베드로 광장의 설계입니다. 거대한 타원형 광장은 마치 두 팔을 벌려 신자들을 환영하는 듯한 형태를 하고 있으며, 기둥 회랑의 반복적인 리듬은 장엄함과 질서를 동시에 전달합니다. 중앙에 위치한 오벨리스크는 시선을 한 점에 모이게 하며, 종교적 상징성과 공간적 완성도를 함께 담고 있습니다.
베르니니는 건축과 조각, 빛을 결합한 ‘극장형 건축’의 달인이었습니다. 산타 마리아 델라 비토리아 교회의 코르나로 예배당에 있는 ‘성 테레사의 황홀경’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숨겨진 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이 조각 위로 떨어지며, 관람객에게 종교적 황홀경을 직접 체험하는 듯한 감각을 선사합니다. 그는 건축을 통해 감정을 극대화하고, 공간이 하나의 이야기처럼 전개되도록 설계했습니다.
그의 작품에서는 항상 ‘빛과 그림자의 연극’이 펼쳐졌습니다. 이는 단순히 장식을 화려하게 하는 것을 넘어, 관람객이 건물 안에서 움직이는 동안 끊임없이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베르니니의 설계 철학은 권력과 신앙의 위엄을 드러내는 동시에, 인간 감정을 자극하는 장치로서 건축을 활용하는 데 있었습니다. 로마를 바로크의 도시로 완전히 변모시킨 그의 업적은, 오늘날까지도 건축이 어떻게 도시와 문화를 형성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남아 있습니다.
프란체스코 보로미니: 독창성과 실험의 거장
프란체스코 보로미니(1599~1667)는 바로크 건축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건축가로 꼽힙니다. 그는 기존의 건축 규칙과 전통적 비례에서 과감히 벗어나, 자유롭고 유기적인 공간 구성을 창조했습니다. 그의 대표작 산 카를로 알레 콰트로 폰타네 성당은 매우 좁은 부지에 지어졌지만, 타원형과 다각형, 곡선 벽면을 결합해 시각적으로 훨씬 넓고 역동적인 공간감을 구현했습니다.
보로미니의 설계는 끊임없는 형태 변화와 시선의 이동을 유도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는 벽과 천장, 돔에 복잡한 기하학 패턴을 적용했고, 이러한 장식은 단순한 미적 요소를 넘어 공간 전체의 리듬을 형성했습니다. 특히 돔 내부의 육각형·팔각형 패턴과 정교한 스투코 장식은 건물 내부를 마치 보석 상자처럼 화려하게 만들었습니다. 빛의 유입을 철저히 계산하여 하루의 시간과 계절에 따라 내부 분위기가 변화하도록 설계하였습니다.
그는 단순히 건축물의 외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공간 자체를 ‘살아있는 유기체’로 다뤘습니다. 전통적 바로크가 장대함과 권위를 강조했다면, 보로미니는 내면적인 몰입과 복잡한 심리적 경험을 중시했습니다. 그의 설계는 당시에는 지나치게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현대에 들어와서는 건축의 자유와 창의성을 상징하는 사례로 재평가되고 있습니다.
보로미니의 영향은 후대 건축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유기적 건축, 파라메트릭 디자인, 그리고 복잡한 기하학적 구조를 사용하는 현대 건축가들은 그의 실험정신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그가 남긴 건축은 단순한 시각적 기념비가 아니라, 공간 경험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살아 있는 실험실이었습니다.